이미 답을 알고 있다 | 철지난 자소서 다시보기
'개성과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미 오래 전부터 콘텐츠에서 마치 하나의 경구처럼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사회 정의 상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나- 내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가? 알쏭달쏭 하다. #한달자기발견 글쓰기에 참여하는 현 시점 이전에 나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의 결과를 정리했던 시기가 언제인가 복기해보니, 아무렴 취업을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어떻게 포장했을까, 아주 오랜 만에 그 시절의 자기소개서를 열었다.
어떤 사람인가?
-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 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크고 작은 목표를 성취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입니다. (중략) 제가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 행동하기보다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일에 뛰어들 때, 진정 행복하고 더 큰 성과를 발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었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 숙박예약서비스 사업 제안으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해당 과정에서 체득한 "집요함"의 가치
- 인턴 과정 중 "끈기"를 발휘하여서 해냈던 미용학원업의 사업성 검토
내가 잘 하는 것?
- 저는 치타와 같이 순간가속력이 높은 사람입니다. 목표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이를 위한 판단이 빠르며, 짧은 시간에 많은 업무를 처리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과제를 수행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향후 직장 경험을 쌓으며 장기적 관점의 업무 관리법을 익히고, 기존의 강점과 배합하여 회사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
- 시간 압박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했던 비즈니스플랜공모전
- "커뮤니케이션" "문제 해결" 능력을 무기로 고객에게 최적 가치 제공
- 그 결과 프로젝트 매니저로부터 "사업의 본질을 빠르게 이해하고, PM과의 Communication을 매우 Clear 하게 진행하여 Client를 설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세상을 바꾸는 Influencer로서 "도전"을 계속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
- IT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에서 "기술과 가치를 연결하는 중개자"로 역할
스물 네살의 내가 대견하고, 스물 여덟의 나는 한심해서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이 밀려드는 세상의 크기에 압도되고 경이로움에 취해서, 상대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적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바삐 움직였는데, 이 또한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다 보니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기가 점점 어려웠다. 나의 장점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크게 휘둘렸고, 단점을 지적 받으면 지나치게 마음이 쓰렸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하거나 듣지 못하고, 스스로 이 말에는 + 점수, 다른 말에는 - 점수를 매기며, 나의 시장가치가 어느정도인가 끊임 없이 산정했다.
다행이다, 내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찾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지난 4년의 시간을 업데이트 하면 되는 정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답을 이미 알고 있고, 나답에 살기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2020년이 끝나기 전에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리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