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본질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 장인성 <마케터의 일>을 읽고
브랜드 vs. 제품 : 마케팅의 본질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배달의 민족팀은 왜 브랜딩에 힘을 쏟을까? 장인성 저자도 본인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신춘문예, 배민문방구, 배민팬클럽 배짱이 등의 일을 꾸미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아한 형제들이 처음 TV 광고를 송출했던 2014년에는 아직 음식 배달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을 시기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이벤트와 광고를 통해서 배달의 민족이라는 서비스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나아가 음식 배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재미에 더해서 재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좋은 인재들을 채용하는 데에도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관찰자로서의 추측일 뿐, 회사 내부에서는 좀 더 명확한 컨센서스와 데이터가 존재할 텐데 책에서는 관련된 내용이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쉽다. 특히, <투자 대비 효과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장에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효과가 돌아오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실효성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애정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할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나 또한 책, 필기구 등 두터운 취향을 가지고 일관된 소비를 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대개의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는 약한 편이다. 감성보다는 당장 내가 원하는 욕구를 얼마나 충족하는지에 따라 비교적 쉽게 앱을 설치하거나 삭제하는데, 만약 내가 배달 앱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잘 알려진 배달의 민족 앱을 설치했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런 자연스러움에 이끌려 지난 N년 간 배민앱을 사용했다. 그렇지만 배달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다른 몇 가지 경쟁 서비스를 경험해본 지금은 쿠팡 이츠를 메인으로 사용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브랜드와 제품 사이에서 중요도를 가른다면, 나는 마케터의 일이 '제품'에 먼저 닿아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은 무엇인지, 만들어진 제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지, 회사의 제품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게 마케터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 장인성의 글에는 제품 보다 트렌드와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한 개인이 공고한 취향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에 대한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마케터의 취향이 회사가 지향하는 고객군을 정조준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의 성향 기반해서 기업을 마케팅하는 것은 회사와 마케터의 성장 모두에 적합하지 않다.
브랜딩은 마케팅의 본질이기 보다 부스터에 가깝다. 브랜딩을 통해 급성장을 이뤄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에 좋은 제품을 공급한다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배달의 민족은 이미 많이 성장한(기업가치 5조!) 기업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딩보다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경쟁 서비스에 비해 배달의 민족이 탁월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 이유를 발굴하고, 나처럼 팬덤이 아닌 소소한 사용자에게 알리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